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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삶

책리뷰

by 계리직 2020. 12. 1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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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시절 할머니는 나에게 대학을 가지 말라고 하셨다

남동생이 2명이나 있었고

마이너스 통장을 갖는 게 너무나 보편적인 그 시절이었기에

지금은 너무나도 이해가 가지만

그때는 진짜 할머니가 미웠다

내가 왜? 실업계간 둘째 동생은 대학을 가고

입문 계간 내가 왜 대학을 가면 안된다는 말인가?

아들이면 대학을 가고 딸이면 안된다?

그런 할머니가 2년 후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하셨고

나는 고 3 겨울방학 2달 동안 사촌과 간병을 하게 되었다

키도 작고 몸도 왜소한 여자 두 명이 

왼쪽이 마비되 움직일 수도 없는 거대한 할머니를 보는 일은

그 병원에 있다면 누가나 알 만한 인기스타가 되었고

시간은 너무나도 느리게 갔다

아침 7시에 기상해 씻고 8시까지 병원에 도착해야 했고

밤에 잠을 잤던 큰아빠와 교체를 해야 하는 게 일이었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않고 할머니의 밥을 챙겼고

그래도 시간은 늘 제자리였다

하루에도 몇번이고 체온을 제어 들어오는 간호사 언니들

그 언니들의 일을 보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작가는 남들이 일어날때 일어나고 잠들 때 자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큰 소원이 되어 버렸다

환자나 보호자의 감정에 이입이 되면 안되지만

늘 감정이입이 되었고

지켜야 할 선이 어느 정도까지인지도 헷갈리고 어려웠다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여기를 그만두면 낙오자가 될까 봐 그만두지도 못하고

늘 출근시간 1시간 전에 도착하여 그 날 해야 할 것들을 준비했다

 

병원에서는 똑같은 패턴으로 일상이 지나간다

밖에 날씨는 바뀌는데 정말 안은 똑같았다

똑같은 시간에 밥이 오고

똑같은 시간에 의사가 온다

 

어떤 아주머니가 그런 말을 했다

집안에 두 명이 아프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그 당시 우리 집엔 아픈 사람이

할머니와 우리 아빠였다

 

나는 그 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다

어쩌라고?

그럼 한분이 돌아가셔야 된다는 소리인가?

남의 이야기라고 그렇게 해도 되나?

 

배가 아파본 사람만이 배가 아픈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듯이

그분들은 아파본 적이 없는 사람인 것만 같았다

그 소리를 듣고 잠도 못 잘 사람은 안중에도 없듯이

 

고3 그 2달 동안의 시간은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고 들을 수 있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다른 분들을 도와주는 간병사도 있었고

남의 이야기를 함부로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초보 간호사를 나무려 경력자 간호사를 데러 오라는 할아버지도 만날 수 있었으며

초보 간호사가 가여워 자신의 먹을걸 나눠주는 할머니도 만날수 있었다

 

언제면 끝날까

자신의 몸보다 난생처음 보는 환자들의 몸을 더 챙기는 작가

그런 작가가 생각하는 부귀영화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쩌다 보니 간호사가 되었지만

지금은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 간호사들

돈을 받으니까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돈을 받는다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간호사들

 

이 분들의 삶의 헛 되지 않도록

부디 빨리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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