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은 밥을 그가 먹는 게 싫어질 지경에 이르게 되자
은유 작가님은 이혼 결심을 하게 됩니다.
제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예전에 만났던 한 남자 친구랑 헤어진 이유가
이 이유더라고요
해장국 집에 갔는데 그 사람이 제 얼굴을 잡아삼킬 만큼이나 큰입을 벌리고
동물처럼 먹는 그 모습이 정말 싫었어요
이에는 고춧가루가 껴있었고
그럼에도 웃고 있는 그 모습이
예전에는 그 고춧가루와 동물처럼 먹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지
모든 게 새롭고 좋았는데, 그날따라 그게 너무 생생히 보였고
그때부터 마음의 문을 닫았었죠
그런데 은유 작가님은 이혼하지 않습니다.
떨어져 살다가 다시 필요성을 느끼고 같이 살게 되거든요
그부분 정말 알겠더라고요
저도 떨어져 있다보니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러면 뭐하나요?
이미 버스는 떠났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은유작가님이 다시 같이 살고 있다는 저 대목을 보니
진짜 인연이 있는건지 그 인연을 어떻게 보는건지
머리속은 더 혼란함을 가중시키더라고요
어느 날 은유 작가님에게 담임선생님 전화가 걸려왔고
담임선생님은 은유작가님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아이들이 혼자 있는 시간에 뭘 하나요?"
혼자 있는 시간에 뭐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까요?
tv 보고 컴퓨터 하다가 핸드폰 하겠죠
그러다 냉장고에 뭐 있는지 기웃기웃 거리지 않겠어요?
저는 동생이 아팠을 때 거의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받았던 거 같아요
학교에서 상담 선생님이 전화가 오거나
상담센터에서 전화가 오거나
생각해보면 통화내용이 매일 비슷해서
왜 계속 전화가 오는지 의문일 때도 있었거든요
그때 은유 작가님은 이렇게 말해요
담임과의 상담은 아이를 아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나를 아는 자리였다.
은유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까지 제 글이 이상하고 못났던 것은 배움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어요
필사를 하지 않아서, 단어를 많이 몰라서, 독서량이 부족해서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나를 생각하지 않아서였어요
나를 바라볼 수 있을 만큼의 고독과 외로움이 괴로워서
그럴 때 늘 찾았던 친구들, 드라마, 영화, 책이 문제였어요
나 자신과 생각보다 서먹한 사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은유 작가님은 이십 대에서 삼십 대에 애매함을 배척하고 확실함을 동경했다 말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애매함이 좋다고 말하는데요
글 쓰는 일은 질문하는 일이다라고 말하며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고 혼란스러워야 사유가 발생한다 말합니다.
저는 하루에 한 시간은 걸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바다 주변에 살아서 그런지 걸을 때마다
갈매기가 보이곤 하는데요
멀리서 무엇인가를 바라도 봤다가
가까이에 가서 쉬기도 하면서
몰입하고 있는 갈매기
어쩔 땐 저게 뭘 하는 건지 애매함을 느끼게 해 주기도 하는데요
그 갈매기가 진짜 갈매기인지 저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그런데 오늘 다가오는 말들을 읽고 글을 써 본 결과
저한테도 다가오는 말들이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그게 오려고 이렇게 혼란함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 혼란스러움이 밉지만은 않다 라고 느끼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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