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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

책리뷰

by 계리직 2021. 4. 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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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떤 분에게 그런 말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블로그에는 정보를 올려야지 자신의 생각, 일기 이런 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런데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쓰신 이슬아님은 참 특이합니다.

그냥 자신이 보고 들은걸 씁니다. 교훈도 없습니다.

월 만원 구독료를 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슬아님의 개인적인 글들을 기다립니다.

 

이런 것도 글이 된다고? 생각할 만큼 매일매일 글을 쓰는 이슬아님 이야기

같이 한번 가보시죠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명륜동에 있는 8만원짜리 전셋집에서 살림을 차립니다.

할머니는 집에서 살림하고 밥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세월을 보냈습니다.

이 세월의 디테일을 너무나도  듣고 싶지만

할머니가 이젠 다 잊었다고 입을 다물기 때문에

이슬아님은 아직 쥐뿔도 모르는 상태라 말합니다.

 

그와 반대로 모든 걸 입으로 쏫아내시는 우리 엄마는

 외할머니가 우리아빠를 정말 싫어하셨다고 말합니다.

나이 차이가 10살 차이가 났기 때문에도 있었지만, 키도 작으셨고

얼굴도 뭐 볼 게 있냐?라고 엄마가 자주 말하곤 하셨죠.

엄마는 막내 고모랑 같은 우유공장에 다녔었습니다.

이건 비밀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원래 엄마랑 막내 고모부가 잘 될 수도 있었던 사이였다고,

이건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눈치챘는지, 막내 고모가 자기를 때어낼려고

자기 오빠인 우리 아빠를 소개해 줬고

거기에 넘어가 지금 이 모양이다라고 엄마가 말씀하시곤 하셨죠

그럼 엄마는 왜 거기에 넘어갔냐 얼굴도 별로이고, 키도 작았는데 라고 물어보자

그 당시 우리엄마가 점을 봤는데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랑 결혼해야 오래 산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 지금 그 사람 어디서 보면 당장 경찰서에 쳐 넣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결혼해 곽지에 있는 윗동네에서 방하나에 마루가 있는 곳에서 살림을 시작했고

큰아빠가 혼인신고를 먼저 하라는 말에 속아 지금도 큰아빠만 보면 열불이 터진다 말합니다

3년 동안 애가 없었어서 속옷을 바꿔보기도하고, 베개에 부적을 넣어보기도 여러 번

그렇게 힘들게 3년 만에 저를 낳았다 말합니다.

저는 엄마 아빠 결혼식에도 갔었습니다. 저랑 둘째 동생이랑 장난감 사준다는 막내 고모부 말에도

뿌리치고 그 결혼식을 봤습니다.

그 결혼식은 제가 잊을 수 없는 결혼식이었습니다.

피아노 학원을 다녔던 사촌언니를 꼬셔 5천 원에 피아노를 치게 한 우리 아빠도 기억에 남고

사촌들이 와서 엄마 아빠에게 꽃다발을 건네던 그 모습은

지금 결혼식보다도 더 화려하고 센스가 넘쳤습니다.

시간이 흘러 엄마 아빠가 결혼식을 하고 뒤풀이 사진을 봤을 때

아빠가 아주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정말 빵 터졌습니다.

우리 아빠가 얼마나 좋았으면 저렇게 웃었을까

 

대학생 때 비가 오던 어느 날 저보다 10살 많은 오빠가 태워다 준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다음 날 저는 엄마에게 그 말을 했고, 엄마가 놀라 자빠질뻔 하시면서

그 사람 차를 탔냐고 물어봤고 저는 안 탔다고 말하자 그 사람과 놀지 말라고는 안 하셨지만

표정만 봐도 뭔 말인지 알 것만 같았습니다.

 

이슬아님의 할아버지는 마룻바닥을 아꼈습니다. 매일 같이 걸레를 들고 광이 나게 바닥을 닦으셨습니다.

누군가가 그 마룻바닥에 똥이나 오줌을 싸 놓으면 할아버지는 노발대발하며 콧김을 내뿜으셨습니다.

 

저희 집은 문을 열면 바로 마루가 보입니다.

예전에는 마루에 턱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느 날 마루에서 동생은 작은 꼬마 자전거를 탑니다.

저는 사촌과 안방에서 뭘 만들고 있었고, 막내 고모는 잠깐 어디를 나갔다 온다 말했습니다.

 그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동생이 막 울기 시작합니다.

고모는 놀라 전화를 했고, 엄마와 아빠는 허둥지둥 큰 차를 이끌고 병원으로 데려갑니다.

병원에 가자 여기서는 대기자가 많아서 안되고 저기서는 의사가 없어서 안된다 

엄마는 복장이 터진다는 게 뭔지 그때 알았다 말합니다.

그러다 결국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 저희 동생은 맡겨졌고

20대 초반까지 턱에 약간의 실이 보이는듯한 흉터를 가지게 됩니다.

 

막내 고모는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의 탓인 거 같다고요

그래서 그런지 제사가 돌아오면 그곳을 제일 먼저 빗자루로 쓸고 물로 깨끗이 닦는 엄마가 보입니다.

애지중지 하는데도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어느 날 이슬아님의 부모님은 텔레비전에서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등장을 보고 있었습니다.

둘은 기품 있는 자세로 걸으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는데요

이슬아님의 어머니인 복희님은 말합니다.

"영부인이 되더라도 내 덧니는 그대로 둬야겠다"

"왜?"

"기자들이 이렇게 물어볼 거야, 영부인님 왜 교정을 하지 않으셨나요?

그러면 이렇게 말해야지,

그건 마치 가지런히 쌓여있는 쌀가마들 위에 한 가마를 더 얹는 것 같은 기분이라서요"

 

교정을 한 아주 깔끔한 글들도 많습니다.

묵은지처럼 묵혀서 정말 이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글들이 나온 책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슬아 님의 글은 이슬아님이 어머니가 말한 것처럼

가지런히 쌓여서 한가마를 더 얹은 그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글이었고

누구나 글을 쓸수 있게 용기와 자신감을 얹혀주는 듯한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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