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가슴이 하고싶었던 이야기

책리뷰

by 계리직 2021. 4. 7. 15:25

본문

반응형

저는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를 좋아해요

오늘 아침 뭘 먹을까 하다 스파게티면이 보여 물을 올린 그 순간

동생이 그러더라고요

"왜? 참치 김치찌개 하려고?"

"아니 스파게티 만들어 먹으려고"라고 말했지만

그 물은 참치김치찌개로 변했는데요

 

홍영녀 할머니가 쓰신 가슴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

이 책을 보면서 저는 족보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족보를 보면 우리 아들은 누구이고 이렇게 연결고리를 넣잖아요

근데 누가 돼지김치찌개를 좋아했는지 누구는 참치 김치찌개를 좋아했는지

이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늘 홍영녀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 같이 한번 가보시죠

 

지금도 그 생각난 하면 눈물이 난다는 무남이 이야기

홍영녀 할머니에게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이 미련해서 아들이 죽었다 말합니다.

시아버님 상을 당했을 때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던 할머니

무남이는 동네 애들이 하루 종일 업고 다녔습니다.

우유도 먹일시간이 없었던 그때 동네 아이들은 무남이에게 

찬물에 우유를 타서 먹였고 그게 탈이 되었다 말합니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시어머님이 앓아누우셨고

그 경황에 자식 병원 갈 시간도 없었습니다.

무남이의 설사는 이질로 변했고 바짝 마르고 눈은 쾡했습니다.

두 달을 앓다 병원에 데리고 간 무남이를 보며

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주인집 여자가 자기 집에서 애 죽이는 것이 싫다고 해서

날만 밝으면 애를 업고 밖으로 나가곤 했습니다.

 

풀밭에 애를 뉘어 들여다보며 가여워서 '무남아'라고 부르자

무남이의 눈가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태어난 지 아홉 달 만에 죽은 무남이

할머니는 용서를 해달라 말합니다.

 

50여년 전 어머님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머니, 이 나이에도 어머니를 부르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의 은혜는 죽어도 못 갚고 머리카락을 베어 신을 삼아 드려도 못 갚습니다.

어머니, 불쌍하신 우리 어머니, 다시 한번 불러 봅니다

애를 낳아도 어머니만 믿고 마음이 든든했지요

어머니 그늘에서 아무 근심 걱정이 없었습니다.

 

이 불효 여식을 용서하소서

 

할머니는 누군가의 자식이자 누군가의 어머니이기도 했고

누군가의 할머니 이기도 했으며 누군가의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이란 물거품, 청춘을 자랑하지 마라

젊은 청춘 되돌아보니 꿈만 같고 허무하다

어느새 남은 머리 백발이 되어 시곗바늘 가는 대로

힘은 줄어들고 허탈감에 죽을 날만 기다린다.

젊은 청춘들아, 노인 보고 웃지 마라

가는 세월을 그 누가 막겠느냐

 

인생은 돌고 도는 물레바퀴와 같다

잠깐 새에 청춘은 간 곳이 없다. 누구나 검은 머리 백발이 되고

누구나 붉은 빰에 검버섯 핀다.

 

우리는 외롭다 말합니다.

나를 봐주는 사람이 없고 자기 할 일만 하며 산다 말합니다.

홍영녀 할머니가 말하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요?

 

돼지김치찌개도 아닌 참치김치찌개가 탄생한 오늘

지금 이 순간 옆에 있는 사람들이 곧 나의 이야기라고

속삭여 주는것만 같았습니다.

 

 

 

 

 

 

반응형

'책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슬아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  (24) 2021.04.09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27) 2021.04.08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15) 2021.04.04
은유작가 글쓰기의 최전선  (18) 2021.04.03
한 사람만을 위한 서점  (16) 2021.04.02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