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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책리뷰

by 계리직 2021. 4. 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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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임신하면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둡니다.

돈 걱정이 없었던 작가님은

당연히 태어날 아이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두는데 슬플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단지 고민이 있다면 돼지고기로 할지 소고기로 할지

얇은 교자로 할지 두툼한 만두로 할지 취천루의 만두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때 중학교 동창인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예물 사업을 크게 한다는 친구는 현금이 돌지 않는다고 말했고

작가님은 그 친구에게 큰 돈을 빌려주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작가님에게도 어려운 시기가  찾아옵니다.

카드값 결제일은 매달 빠르게 돌아왔습니다.

생활비에 허덕이던 어느 날, 남편에게 접촉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뜻밖에도 암세포가 조용히 자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지만 암에 걸린 사람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부부는 다시 한번 평생 할수 있는 일을 찾습니다.

장이 예민한 남편이 늘 먹을수 있는 음식이어야만 했고,

우리 아이들도 드나들수 있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남편이 좋아하는 막국수를 하게 됩니다.

막국수의 '막'은 겉 껍질까지 다 갈아서 막 만들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려주는 정의가 중요한 줄 알았다는 작가님은

우리의 막국수를 막 만들지 않는 막국수로 정의하자 우리만의 세계가 열리게 되었다 말합니다.

 

저는 어제 아침 참치찌개를 끊이고 일을 하다 집에 온후 감자볶음을 했습니다.

사실 감자볶음을 한 이유는 엄마가 김치찌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였는데요

감자를 썰고 소금을 넣어 볶다가 양파를 넣고 한번 간을 봤는데

너무 짜게 된 거예요

이거 어떻게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감자도 너무 크게 썰어서 잘 익지도 않았고

망했다 생각이 드는 순간 막내 동생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참치찌개 끓였어?"

"어떻게 알았어?"

"밖에서부터 참치찌개 냄새가 나더라고"

"아니 아침에 끊였는데 거기까지 냄새가 갔어?"

"근데 그건 뭐야?"

"감자볶음인데 안 익었어"

"괜찮아 나는 그거 없어도 돼, 참치찌개만 있으면 돼"

 

왜인지 엄마는 김치찌개를 안 먹고 이것만으로 반찬을 때울 거 같아서

어떻게라도 완성을 해야겠다 생각을 했고,

냉장고에 있는 계란 3개를 꺼냈습니다.

계란을 넣으니 그래도 조금은 나아진 듯했지만 여전히 짠맛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동생에게 시식을 권했습니다.

 

"어때?"

"오 괜찮은데? 맛있어"

 

동생이 괜찮다는 말이 왜 이리 반가운지요

엄마가 왔고, 엄마는 말했습니다.

 

" 어디 잘했는지 볼까? 감자를 더 얇게 썰어야지, 짜게 됐는데? 소금을 너무 많이 논거 같아"

" 그냥 좀 먹지?"

 

무슨 장금이도 아니고

예전 같으면 서운해서 화가 났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신기하게 괜찮았습니다. 밥이랑 먹으니 딱 맞다는 엄마 말이 들렸거든요

 

글을 쓰면서 예전 글만큼 안 나온다는 생각과 초심이 바닥났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진짜 그렇다고 한들 우리 가족이 이렇게 친했었나? 라는 생각이 든 이순간

 

작가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 삶부터 잘 살아야 하는 일이다.

 

쓰다 보니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이 나를 어딘가로 이끌어 주고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실은 막국수로 결정한 순간부터 나는 막국수를 더 좋아했고, 사랑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남편의 암세포가 발견되기 전 작가님의 고민은 오직 만두 생각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암세포 이후 작가님의 고민은 더 넓어졌고 더 깊어졌습니다.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를 쓰신 김윤정작가님 

작가님의 삶에서 막국수의 맛이 고스란히 느껴졌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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