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가보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여요
무슨 드라마를 찍는 건지 다큐를 찍는 건지 의심이 될 정도로
수많은 카메라와
앞으로 찍었다가 뒤로 찍었다가
여러 각도로 몇십 장의 사진을 찍는 모습 여러분도 많이 보셨죠
어느 날 월정리 해수욕장을 갔는데요
어떤 한 여성분이 의자에 앉아계시더라고요
그분의 옆에는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가족이 있는것도 아니었어요
오직 캐리어 가방만이 그분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요
분홍 공책에 무엇인가를 끄적이던 그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오늘은 글쓰기의 최전선을 쓰신 은유 작가님의 책을 통해
내 관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은유 작가님은 이렇게 말해요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 야 이거 진짜 웃긴 거야, 진짜 나 어제 잠이 안 왔잖아 너무 웃겨서'
이런 말을 들으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죠
'너 안 웃기면 죽을 주 알아'
웃긴 거야, 재미난 거야를 상대방이 말하게 해야지
자기가 말하고 들어간 순간 이미 재미를 갉아버린 거예요
그리고 세상 살면 알겠지만 재미가 있다는 걸 발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여행에 관련된 책을 쓸 때도
여기 좋아요
여기 재미있어요를 쓰지 말라고 이야기하세요
거기에서 생생하게 느꼈던 그 느낌을 쏟아내야 된다고요
그 느낌을 쏟아내면
재미있겠어요
좋겠어요 이거는 상대방이 말할 말이라는 거죠
그러면 왜라고 묻는 건 무엇일까요?
드라마를 봐도요
내가 왜 저기서 화를 내는지
내가 왜 저기서 눈물이 나는지
왜 인지를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냥 연기자가 연기를 잘해서일까요?
감독이 구성을 잘 짜서요?
아닐 수도 있어요
자신 안에 무엇인가 지금 대답을 내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을지도 몰라요
은유 작가님은 이렇게 말해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행착오이다
그 오락가락과 아리송함을 통과하면서 느낌은 달련되는 것이다.
이게 설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친구인 건지
우리가 사랑을 해도 이런 감정이 있을 때가 있어요
저는요, 이 사람 참 좋은 사람이다 라고 느낀다면
나도 그 느낌을 받았고 느꼈는데 내가 표현 못한 그 느낌을
생생하게 고대로 느끼게 해 준 그 사람
근데 사람만 그러겠어요
책도 그런 책을 찾게 되더라고요
은유 작가님은 시를 읽는 걸 좋아하는데요
시에 대해 이렇게 말해요
승리자의 메시지만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세상에서
마음 붙일 곳 없던 영혼들이 패배자가 지은 말들의 풍경에 기대어
한 세상 숨 돌리고 간 것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이미 넘쳐납니다
거기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찍으려고
물론 이것도 너무 좋은 노력이죠
하지만
다른 사람이 안 하는 거
그거를 해서 그래서 더 눈에 띄는 사람도 있다니까요
승리자에 모두들 관심을 가질 때
은유 작가님은 패배자의 말을 듣고 위안을 얻습니다.
누가 진짜 승리자이고 패배자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책
글쓰기의 최전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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