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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막례시피

책리뷰

by 계리직 2021. 3. 3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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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갔는데

현관문을 열고 보니

'기다렸어' 하고 박막례 할머니 같은 분이 나타나면 어떤 기분일까요?

 

오늘 그 기분 느끼게 해 드리겠습니다.

 

1947년 고향은 전라남도 영광

70여 년간 총 6가지 직업을 가졌던

박막례 할머니는

치매 위험이라는 진단을 받고 

손녀와 호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런데 웬걸

할머니 두고두고 보라고 찍어 올린 영상이

무려 100만 뷰를 넘으며

할머니는 또 하나의 직업을 갖게 되는데요

 

나는 망하는 건 다 장아찌로 담가버린다는 박막례 할머니

할머니는 농사를 고추농사 말고는 매년 다 망합니다.

특히 수박은 매년 실패하면서도 매년 도전합니다.

 

여기서 하나 말씀드리자면 수박은 아무나 농사짓는 거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도 이모랑 돈을 합쳐

수박을 농사지으셨는데 망하셨습니다......

그래서 차에 수박 싫고 수박 팔러 가셨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그때 망해서 호박으로 갈아타던 부모님이요

 

할머니 가라사대

수박밭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수박 크는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그래도 망합니다.

 

환장하는 박막례 할머니의 국물떡볶이 제가 한번 도전해보았습니다.

그전에 지금부터는

닉김이 중요해♬

이거를 내뱉는 게 중요합니다.

 

재료는 떡, 어묵, 계란, 소금, 양파, 당근, 대파 하얀 부분, 쪽파가 필요합니다

 

저 식겁했네요

어묵이 4일이나 지났다니

이거 안 했으면 모를뻔했는데

우리 동생 이거 모르고 맛있다고 먹게 생겼네요

 

계란, 양파, 당근, 대파 이런 건 우리 집에 없어요

 

냉동실에 마늘 꺼내려고 했는데 대파가 있긴 있네요

 

차라리 안 찾는 게 나을 뻔했어요

이거 버려야 되는 건지... 그냥 넣어보죠 뭐

 

박막례 례시피

첫 번째

끓는 물에 소금을 한 꼬집 넣고 계란을 10분간 삶으래요

계란이 없으니 패스입니다.

 

두 번째

떡볶이용 떡은 물에 잠깐 불리래요

저는 떡볶이 할 때 물에 불려본적이 없어서

물을 어느 정도 넣고 불려야 하는건지....

그냥 불리면 되겠죠

 

세 번째

어묵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래요 

박막례 할머니는 통으로 하나 넣는다고 하더라고요

이불처럼 덮어먹을 거라고

 

그래서

저도 통으로 넣어봤어요

 

네 번째

양파는 채 썰고 당근은 반달 모양으로 가늘게 썰래요

대파는 하얀 부분은 반으로 가르고 쪽파와 함께 송송 썰래요

양파는 없으면 안 넣어도 되지만 파는 없으면 안 된데요

 

이렇게 써는 거 맞나요?

 

닉김이 중요해 ♬

즐겁게 하자고요

 

 

다섯 번째

냄비에 물을 넣고 끊인 뒤 고추장을 풀고 어묵과 불린 떡을 넣으래요

 

물은 5컵을 넣어주면 된다고 하네요

저는 3컵만 넣었어요

양이 박막례 할머니는 3인분인데 저는 1인분이거든요

이때부터 망함이 징조가 보이죠

 

닉김이 중요해 ♬

 

여섯 번째

설탕, 고춧가루, 국간장을 넣고 고춧가루는 맵기 정도에 따라 조절하래요

 

 

양념은 고추장 크게 4큰술

설탕 5큰술

고춧가루 2큰술

국간장 4큰술

식용유 1큰술

후춧가루 한 꼬집

다진 마늘 3큰술인데

 

인데라고 하는 이유는

저는 이상하게 했다는 거죠

 

고추장 2큰술

설탕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국간장 2큰술인데 한 큰 술이 이상하게 많이 들어가서 그냥 내버려두고

후춧가루 조금

바닥에 후둘겨서 팬 깨진 마늘 넣어서 만들었어요

 

그니까 이것도 양념을 넣는 순서가 있는데

그냥 그릇에 양념을 만들어서 다 쑤셔 넣었네요

어묵도 저렇게 쑤셔 넣으려다가

이건 도저히 못 봐주겠다 싶어서

가위로 잘랐어요

 

 이거 맞나요?

고추장찌개도 아니고

 

 

근데 이게 신기한 게

닉김이 좋아요♬라고 10번넘게 부르잖아요

그러면 진짜 약간 달라져요

박막례 할머니가 만드시는 것처럼

 

 

박막례 할머니의 비법은 바로 식용유입니다.

식용유를 논게 진짜로 느낌이 달라요

 

매콤한데 자극적이지도 않고 조미료가 1도 안 들어간 참 신기한 맛

파는 맛은 아니에요

그런데 쪽파를 넣어본 떡볶이를 먹어본 적이 없는데

이게 묘하게 싸한 맛이 올라오면서 매력 있어요

 

떡볶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계란 물부터 올리는 거라고 말한 박막례 할머니

진짜로 이 떡볶이는 계란을 넣어서 먹어야 맛날 거 같아요

아니면 밥솥에 계란을 넣어서 맥반석 계란으로 만들어

계란 합입먹고 떡볶이 한입 먹어도 참 맛날 거 같고요

 

박막례 할머니는 느낌으로만 요리를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몇십 년 동안 식당을 운영해온 경력이 있는 분이신데요

이분의 레시피 갖고 싶지 않으신가요?

도전하게 만드는 레시피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고 도전해보세요

느낌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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