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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책리뷰

by 계리직 2021. 3. 2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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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

모른다는 말로 다가서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

 

요조 작가는 시를 읽을때 시를 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한다.

 

어느 날 도서관 옆에 있는 밭에 시선이 멈춘다.

대 여섯명이 비닐을 씌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선

농사를 짓는게 나을까

글을 쓰는게 나을까 생각에 잠기다

농사를 짓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농사는 내 주체적으로 해본 적이 없었다.

브로콜리를 따라고 하면 땄고

깨를 묶으라고 하면 깨를 묶었으며

씨를 덮으라고 하면 씨를 덮었다.

 

하지만 글은 내가 주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흰 종이에 막 어둠이 밀려오는 것만 같은걸 꾹 참고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야만 한다.

 

시를 읽을때도 시를 풀고 앉아있다.

이건 이거랑 관련이 있고 이건 또 뭐지? 하면서 이해가 안 되면

덮어버린다. 더 읽었다간 찢어버릴 거 같아서.

내 책이 아니니 그럴 수 없으니 그냥 덮어버리고 만다.

 

요즘 가장 크게 머릿속에 잠기는 생각 중 하나는

지루한 걸 참아야 한다

 

도서관에 가면 무슨 알람시계가 있는거 같다

정말 신기하게 4시간이 되면 머리가 아파온다.

이것도 뭐 한라산 수준도 아니고

30분 동안 바짝 글을 쓰고 나면 머리가 아픈 게

나는 뭘 해도 오름이구나 라는 생각에 빵터지고 만다.

 

요조 작가는 이종수(남자 친구)가 자는 모습을 바라볼 때 소리 죽여 울 때가 가끔 있다고 말한다.

나도 동생이 자는데 쪼그리고 누워 한동안 바라본 적이 있었다.

얼마나 대견한지 감사하다가도 정말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눈물이 난다.

 

요조 작가는 이 이유가 사무치는 동질감에서 나온다 말한다.

너와 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정말 믿음으로 이어질 때

 

글이란 게 이런 거 같다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은 없지만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때

나는 내 이야기를 하고 앉아있다.

 

어쩌면 내가 시를 풀고 있는것도 이 연결을 위해

그렇게 붙어 있으려고 했구나 라는 생각에 잠길즘

 

요조 작가는 시래기를 보다가 김치 볶음처럼 시래기를 볶아서 흰밥에 얹어 먹는 장면이 갑자기 떠올라

시래기를 사러 간다.

그러다 한가지를 알게 되고 크게 놀란다

시래기를 30분 정도 푹 끊인 다음 식으면 일일이 겉껍질을 벗겨내란다.

 

2시 40분 버티기에 이어 시래기가 너무 먹고 싶어 진다.

고등어에 들어간 시래기라

빨간 양념이 배어있는데 속은 새 하얀

거기에 시래기를 돌돌감아서 한입 베어물면 얼마나 좋을까

감자탕에 시래기는 또 어떻고 고기의 살과 시래기의 궁합은 환상이지

국물을 쭉 하고 들이키면 참 시원하겠다

 

누가 향수를 뿌렸다. 도서관에 꽃 향기가 나는 걸 보면

나보고 꿈 깨라는 거지

너는 집에 가서 시래기를 벗길 리도 없고 우리집 냉장고에 고등어는 없다는 거지

 

3시 44분 갑자기 두두두두 바닥을 뚫는 소리가 들린다.

왜 이걸 이제야 하는 거지?

밖을 쳐다보니 아침부터 보이던 사람이 아직도 서 있다.

이제야 들리는 게 천만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부터 의식하고 있었으면 큰일 아닌가

 

지루함, 배고픔에 이어 소음까지

버틸게 점점 많아진다.

 

용캐도 책은 이 모든 걸 버텨냈다.

책의 힘을 본 하루였다. 이렇게 적고 싶지만

3시 56분 난 집으로 달아났다.

집에 있는 만둣국을 먹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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