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고민은 비슷하거든요
제가 계리직 공부를 준비했을 때 엄마가 고모네 밭일을 도와주고 계셨어요
뭐 매일 힘들다고는 하셨지만 53세가 되시니 여기저기 아픈 데가 왜 없겠어요
하루에 8시간 이상을 꼬박 밭에 묶어 일하시는데 저라도 도망하고 싶죠
어느 날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하시더라고요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처음에는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한 달 두 달이 좀 지나자
참 못된 심성이 스몰 스몰 올라오더라고요
나는 공부라도 하는데 엄마는 유튜브와 티브이만 하루 종일 보고 있고
집에서 하는 거라고는 반찬 몇 가지 만들고 빨래 널고 쓰레기 버리고
이것밖에 하지 않는 엄마가 참 뭐 하는 건지
나이 60넘으신분들도 열심히 자식을 위해 일하는데
다른 엄마들과 비교가 시작이 되더라고요
왜 그랬을까요?
제 모습과 별 다르지 않아서였겠죠
공부한다고 말은 하지만 성과는 나오지 않고
집에 돈을 보탤사람은 한 명도 없고
쓰기만 하니
제자리만 빙빙 도는 듯한 느낌
제가 싫어서 였겠죠
그러다 거의 세 달을 채울 즘 고모에게 전화가 왔고
엄마가 이제는 일을 할 수 있겠다고 말을 했을 때
저는 알았어요
휴식이 필요했구나
제자리 빙빙 도는 시간이 필요했구나
엄마는 밭에 갔다오고 이런 말을 하셨어요
집에 있자니 지루하고
일하자니 몸이 아프고
그래도 참 신기하게 밭에서 일하는게 낫다고 하시더라고요
큰고모랑 이야기도 하고 다른분들과 이야기 나누는게
햇빛도 오랜만에 쬐이고 바람도 부는게 참 좋으셨데요
작가는 이렇게 말해요
진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내가 지금 잘하는 일인가가 아니에요
그렇게 시작하면
나보다 재능 있고 잘하는 사람을 만날 때
이유도 잃고 의욕도 잃게 돼요
나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인가도 아니에요
어떤 일을 하든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일이 되는 순간부터 늘 즐거울 수는 없거든요
힘든데도 계속하고 싶은가 물었을 때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힘든데도 계속하고 싶은가는 정말 많은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힘들어도 정말 좋으니까 계속하고 싶은 거일 수도 있지만
자식 때문에, 부모님 때문에, 애인 때문에 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세상은 연결되어 있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이 연결이 참 힘들 때도 많은 거 같아요
나 혼자 안하면 나혼자로 끝나면 되는데
가족 모두가 연결이 되어버릴 때
그게 곧 거울이 되어버릴 때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집에서 쉬는 시간조차
그 시간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린다면
내가 쉴 수 있는 공간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
학교에 가는 학생도 여름방학, 겨울방학을 하잖아요
우리 누구나 이제는 백수가 될 수 있는 시대예요
그런데 그 시간을 쓸데없는 시간,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라
그렇게 치부해 버린다면
이 연결된 세상에서 과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족이니까 잘 헤쳐나갈거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오름을 가면서도 쉬는 시간이 한 과정이었어요
그 과정을 아무것도 아닌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그 시간이 무엇으로든지 보상을 다시 가져올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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