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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정훈이 표현의 기술

책리뷰

by 계리직 2021. 3. 1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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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독서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유시민 선생님은 독서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타인이 하는 말을 듣는 것이다.

 

올레길을 걸을 때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냐?라고 묻는다면

도착점에 도착하고 집에 가는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그 걸음이

그렇게 힘들고 무겁다고 대답할 거 같아요

 

그날도 겨우겨우 무거운 걸음을 걸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는데요

무려 30분이나 기다려야 하더라고요

그래도 나무의자가 아주 멋스럽게 있는 정류장이어서

이것 또한 참 감사한 일이다라며 앉아있다가

옆에 한 할머니가 유모차 같은 곳에 앉아서 중얼중얼거리시더라고요

 

'버스 지나갈껀디 차를 저기 세우면 어떵하라는 거라,

어제 부산에서 친구 놀러 왔다고 하던데

언제믄 올꺼라'

 

저는 할게 없어서 수첩에 할머니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모자를 그리고 얼굴형을 그리다 유모차가 참 그리기 힘들더라고요

그러다 할머니도 눈치를 채셨는지 힐끔힐끔 저를 쳐다보시더라고요

다 그릴즈음 할머니가 일어나시더니

제 옆으로 오려고 하더라고요

저는 슬그머니 수첩을 가방안으로 집어 넣었어요

혹시 자기를 그렸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어디에서 와서?"

"네? 곽지에서 왔어요"

"제주도 아니라?"

"아 제주도 맞아요, 애월 옆이요"

"아 애월"

"이 버스탕 어디갈꺼라?"

"고산가려고요"

"고산? 이 버스는 고산강 무릉도원강 여러군데 빙빙도는디

저 차는 왜 저기 세워가지고 버스도 못 지나가게 시리

부산에서 어제 친구가 와신디 여기 구경한다고 바닷가 간 모양이라"

 

제 대답도 듣기 전에

본인 말만 하시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신 할머니

여성분 두분이 저기 멀리서 걸어오는데 웃음꽃이 활짝 피신 할머니를 볼수 있었어요

 

" 잘 놀다와서?"

" 네 잘 놀다왔어요"

" 저 차는 누구 차라, 니차 사서?"

" 아니 빌린차우다"

" 차 마당안으로 집어놔야 되지 않으커라?"

" 차 저기 세워도 잘만 지나갑니다"

" 그래? 아까 트럭이 지나가신디 잘 지나가긴 지나가더라고"

 

알고보니 한분은 딸이고 한분은 딸의 친구분이시더라고요

저는 이웃집에 세워둔 차를 보고 뭐라뭐라 하는 주 알았더니

본인 딸이 한 일 때문에 버스기사 힘들까 봐 뭐라고 하시는 거더라고요

 

저는 속으로 좀 웃겼어요

저한테는 와서 뭐라뭐라 하시더니

딸이 오더니 또 딸 기분 상하지 않게 또 지나갈수 있다고 말을 바꾸시는 할머니를 보고서

예전에 한 지인분이 떠오르더라고요

여기서는 이렇게 말했다가 저기서는 또 다르게 말하는 그분

저는 그분이 그런 행동이 참 싫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저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왠지 귀엽고 이해도 되더라고요

 

딸 친구분이 물을 사러 가자고 하더니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왜 뭐하려고?"

"물 사러 나가려고요"

"물을? 저기 물 큰큰한거 많이 팔아"

 

동네슈퍼에서 사기 싫으시고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사고 싶어 하는

딸 친구분이 표정이 

제 눈에도 다 보였는데 말이죠

딸은 엄마랑 더 있고 싶어하고 할머니는 저 차를 마당 안으로 담고 싶어 하고

멀리서도 그게 다 보이더라고요

 

유시민 선생님은 이렇게 말해요

생각과 감정은 정해진 형체가 없으니까

언어라는 그릇에 담아야 비로소 알아볼 수 있다고

 

할머니가 유모차 같은 곳에 앉아 있으면서 딸들을 기다릴 때

뭔가 쓸쓸해 보이면서 찡하더라고요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들어줄 사람도 없으니 혼자서 중얼중얼거리는 것도 안쓰럽고

딸들이 왔을 때 환하게 웃어주면서

이제 갈 거라?라고 말하는 그 모습이 예전 할머니 생각도 많이 나고요

왜 할머니들은 이렇게 비슷하실까 라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비슷하니까 이렇게 공감된다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책을 읽는 건 듣는 것이고

쓰는 건 말하는 것인 거 같아요

그래서 유시민 선생님은 글쓰기는 소통이라고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글쓰기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문자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저는 여기서 그런 생각을 해볼수 있었어요

문자로 표현하는 작업이 중요한 건지

이미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한 건지

이미 가지고 있는게 중요하다고 저는 느꼈는데

이걸 보고 느낀게

왜 말하는것보다 듣는게 중요하다고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이 책은 유시민 선생님이 글을 쓰고 만화는 정훈이 님이 그렸는데요

정훈이 님이 하신 말씀을 끝으로 오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한 장의 그림으로 사람을 웃게 하든

한 줄의 글로 사람을 울게 하든

한마디 말로 감동을 주든

그냥 무심코 한 행동이든 간에

 

가장 좋은 표현의 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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