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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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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리직 2021. 2. 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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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장례 마지막날

동생은 츄파춥스를 문 세연과 함께있다.

"여긴 내집이야"

"그래 알아 형집이지, 장례는 잘 치렀어?"

그는 자신이 치렀던 수고와 동생이 누렸을 쾌락을 대비해보았다.

그러자 온몸이 무거워졌다.

 

그는 동생과 있던 세연과 같이 있다. 멀리 다녀왔는데도 바뀐게 없다 말하며

 

나는 사촌을 부러워한적이 있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사촌이 아니라 일년에 2억넘게 버는 고모가 엄마인게 부러웠다.

사촌은 고등학교 졸업후 삼성으로 취직했고 수원으로 가게 되었다.

나는 덕분에 고모네 집에 들어가 대학생활을 하게 되었고

고모네 집은 우리집의 2배 크기였기에 내 초등학생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곧 숨이 막혔다.

머리카락이 하나라도 떨어지면 테이프로 붙이는 것도

새하얀 걸레 20개를 대야에 놓아 매일 청소하는것도

닭죽이 쉰내가 날때가 되야 버리는 것도

 

계속 살라는 걸 마다하고 1년 3개월만에 난 그곳을 탈출했다.

내가 하고 싶을걸 하고 내 능력을 펼칠수 있는건 2억을 버는 고모네 집이 아니라

내가 돈을 보태야 하는 우리엄마가 있는 집이구나

 

그는 화투장을 조심스럽게 집어들고 

나머지 패거리들의 표정을 살핀다.

좋은패가 들어와도 좋아해서는 안되며

나쁜패가 들어왔다고 우울해하는건 더더욱 안되는일이다.

오직 아무표정없는게 관건이다.

 

그는 생각한다.

어차피 패는 처음에 정해지는것이다.

세끗이 꽝땡을 이길 가능성은 애당초 없다.

억세게 운이 좋아 이겨봐야 푼돈이다.

그럼 어서 판이 끝나고 새로운 패를 받길 원할것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세끗이라도 좋다. 승부가 결판나는 순간까지 나는 즐긴다.

 

그들은 고스톱을 치지 않을것이다.

의도하지 않는 반전과 치열한 머리 싸움이 존재하는 고스톱은

그들을 매료시키지 못할것이고

무엇보다 고스톱은 느리다.

 

차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시야는 좁아져온다.

그리고 그건 곧 현실을 잊게 만든다.

세연은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그는 더이상 세연이 행방이 궁금하지 않아진 자신을 발견한다.

 

당신은 곧 사라질 츄파춥스에 현혹될것인가

이번판을 즐길것인가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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