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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살 내 나이가 어때서

책리뷰

by 계리직 2021. 2. 2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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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앞머리를 잘라야겠다고 가위를 들었다.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머리를 자르자

이마에 주름이 보였던 사람은 사라지고

젊은 고등학생 아이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5분 전 내 모습은 이제 과거가 되어 사라져 버리고

오직 어릴 적 모습이 내 거울 속에 서 있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이란 책을 보면 제목이 참 신선하다

아흔 살을 아직이라고 표현하다니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왜 아직이라는 표현을 썻는지 금새 알 수 있었다.

 

모모요는 다섯 가지 계획을 세운다.

호텔에서 혼자 잔다

우에노 동물원에 가서 판다를 본다.

도쿄돔에 견학을 간다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논다

할머니의 하라주쿠에서 쇼핑을한다.

 

호텔에서 혼자 자는걸 성공한 모모요는

호텔방에 있는 외선 전화로 우에노 동물원에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판다는 언제 나옵니까?"

 

판다를 한번 보고 아쉬워

또다시 줄을 서고 또다시 판다를 보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모모요

그러고선 더 재미있는 게 없나 하고 눈을 반짝이는 모모요는

지금을 즐기고 있는 어린아이 같았다.

 

"그래 좋았어, 두 개 더 탈 수 있겠다"

 

나는 올레길을 걸을 때 도착점이 어디인지 그리고 몇 시간을 걸으면 목적지에 도착하는지

알고서 걸어간다.

하지만 거기에서 누굴 만날지,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길을 잃었을 때 내가 어떻게 대처할지

나는 그걸 모른다.

 

90살인 모모요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우리는 누구나 그 끝을 알고있을것이다.

하지만 내가 궁금했던 건 그 끝이 아니었다.

 

옮긴이는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당신, 아흔살 할머니보다

더 노인처럼 살고 있지 않나요?

 

모모요는 끝을 잊은 듯 보였다.

아직 도착점에 가기에는 먼 사람처럼

즐겁게 이 길을 걷고 있었다.

내가 앞머리를 자른 거처럼 언제든 고등학생이 될 수 있다는 눈빛으로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는 모모요는

이제 막 출발한 사람인 거 같았다.

 

나는 이 글을 보면서 지난 할머니가 해준말들이 떠올랐다.

"아이고 우리 지혜 왔구나"

"지혜야 이거 집에 가져가서 먹어라"

항상 내 이름을 불러주신 우리 할머니

80살이 넘으셔도 일을 놓지 않으신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난다.

그런데 신기하게 나는 할머니의 이름이 기억에 나지 않는다.

 

90살까지 사셨다면 내가 기억했을까?

단 하루 아니 1분만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텐데말이다.

 

나는 오늘 이 책을 보고 

비로소 할머니의 이름을 온전히 알 수 있었다.

 

나이가 중요한게 아니다.

어떻게 오늘을 살고 있는지 내가 어떤걸 중요하게 보고있는지

그게 중요한것이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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