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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소설 카스테라

책리뷰

by 계리직 2021. 2. 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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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밤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 원인은 바로

냉장고 소리

 

냉장고는 하늘나라로 갔다.

유럽 챔피언리그 결승전에서 서른아홉 명이 깔려 죽는데

그중 한 명이 냉장고다

 

이래서 나는 소설을 안 좋아한다..................

엄청난 상상력을 자극해야 하고

한번 읽으면 뭔 말인지 이해가 안되서 여러번 읽는게

머리가 어지럽다

 

냉장고..........

방 안에서 상을 펼치고 책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리 집 냉장고가 눈에 띄었다.

 

새하얀... 양옆으로 여는 게 아니다.

위는 작은 냉동실

아래는 큰 냉장실

 

초등학생 때도 저 냉장고였던 거 같은데?

도대체 몇 년을 버티는 거니?

이제 좀 사라져도.......

하하..

어쩌면 나보다 오래 살수도.....

 

책으로 돌아가 보면

열을 식힐 줄 아는 지혜를 배워야 하기 때문에 냉장고가 됐다고 말한다.

 

저번에 어떤 책을 보니 밥솥이랑 대화를 하더니

이번에는 냉장고랑...

역시 대단한 사람들은 사물과 대화를 하나보다....

 

불쾌할 정도로 외로웠던 남자는

점점 냉장고가 좋아진다.

소리도 예전에는 신경 쓰였지만 같이 살면 살수록 그것은 적응이 됬다고

역시 나쁜 냉장고는 없다 말한다

 

냉장고는 인격이란다.

이제 저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니...

후.....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솔직히 듣고 싶은생각도 없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생 때 잠을 자려고 하면

소리가 났던 거 같은데

윙윙?이었나? 부르륵이었나?

나도 적응이 됐나?

왠지 소리가 안나는듯하다

 

수세미를 가져와 냉장고를 닦기 시작했다.

냉장고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아니고

며칠 후 설날이 있기도 하고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케첩과 머스타트가 2개씩 있었다.

케첩이 있는 걸 까먹고

또 케첩을 들여놨나 보구나....

 

저번 추석때 쓴것같은 두부들도 엄청 나왔다.

아니다.. 저번 설날때 일지도 모른다

 

냉장고의 역사는 부패와의 투쟁이라 말한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음식을 차갑게 보관하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단다....

그래서?

 

냉장고에 다 담는다.

아버지도 담고, 어머니도 담고, 중국도, 미국도, 대통령도 다 담는다.

 

냉장고를 들여다 보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큰아빠가 방충망앞에서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고 있다.

설날에 쓰라고 고기와 귤을 가지고 오셨단다....

 

"상에 올리라고 돈 주고 갔지?"

"네? 무슨 돈이요?"

"돈 안 주고 갔어?"

"아 어제요? 사과하고 배 주고 갔어요"

 

알고 보니 어제온 사촌이 상에올리라고 큰아빠네는 5만 원을 주었고

우리 집은 사과와 배가 담긴걸 준 모양이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단박에 이해가 됐다.

큰아빠네는 신협에 다니니 거기서 사과와 배가 들어올거고

그거를 예상해서 5만원을 주신거겠지

 

근데 웃긴 게 큰아빠가 전화를 건다

왜 자기네는 5만 원을 주고

우리는 사과와 배를 줬냐고.....

 

막장 드라마다

하하하..... 알아서 줬겠지.....

역시 태풍날에 날 데리고가 벌초를 시키더니..... 화끈한건 아직도 변함이 없구나......

나는 그냥 모른 척하며 냉장고를 닫았다.

 

이번에는 코로나도 있고

5인 이상 모이면 안 되니까

이번만 그냥 가족끼리 하자고 말씀을 하시고 떠나셨다.

 

나는 속으로 웃음을 지었는지 씁쓸함을 지었는지..

솔직히 헷갈렸다.

 

이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은 들었다.....

코로나가 정말 사람 멀어지게 하긴 하는구나.....

 

주인공은 냉장고에 소중한 것과

정말 악한 것들을 담는다.

 

소중한 걸 담는 이유는

오래오래 가기 위해

해악 한 걸 담는 이유는

꼴 보기 싫으니까 거기에 담는 거다..

 

나는 냉장고에 큰아빠를 담을까 안 담을까 생각해봤다.

 

그냥 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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